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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오영욱||예담||2006.07.25||12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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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오영욱||예담||2006.07.25||12000||

정미자씨 2006. 9. 12. 00:53


네이버 북꼼에 선정되어 받은 책으로 쓴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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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 눈과 입이 즐거운 대신에, 팔과 다리가 고생스러웠다. 아직까지 떠남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탓이다. '이번 아니면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하나라도 놓칠새라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은 시간까지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 멋진 해변이나 카페, 혹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하루종일 한가로이 유유자적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으나, 그 놈의 본전 생각만 하면...-_-;;;

이번 여행 역시 북경에서 상해로, 상해에서 항주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리고 남은 건, 유명 관광지 앞에서의 촌스러운 기념 사진 몇 장과 여독에 지친 몸, 그리고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피지 과다 분비에 따른 여드름 몇 개...

그런 면에서 낯선 여행지에서 느긋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오기사가 부럽다. 그에게는 1년이나 되는 긴 시간이 있지 않았느냐고, 나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오기사만큼, 아니 그보다 더 게으르게(?!) 지낼 수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항변해보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마도 나에게 바르셀로나에서의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스페인어 학습에 몰두했을 것이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는 글과 사진, 만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여행기이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가 1년 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면서 겪었던 소소한 일상들을 때로는 글로,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만화로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1시간도 채 안 걸려 후딱 볼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여유있게 음미하기를 권한다. 언뜻보면 대충대충 되는 대로 찍찍 그은 구불구불한 펜선같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그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삶과 여행의 중간쯤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낸 그가 부럽다.
자신의 생각의 느낌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재주가 부럽다.
그가 나보다 한 살 밖에 많지 않다는 사실에 나의 질투는 배가 된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그의 속내 역시 나와 별다르지 않음에, 야비하고 비열하지만 살짝 안도감을 느낀다.

'삶과 여행의 중간쯤에서 1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게으른 서른 한 살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잠시 현실로 눈을 돌리면, 이십 대에서 삼십 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세계를 떠돌며 한없이 초연할 수 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행복과 이 행복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불안은 항상 공존했다.'

떠나 있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사람이나, 행복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Oh! Yes!

- 예쁘면 뭐든 용서 되는 사람.(오기사의 그림이 사랑스럽도 하지만, 책의 만듦새 역시 꼼꼼하고 견고하다.)
- 어려서 형제들의 일기장을 엿보길 좋아했던 사람.
- 낯선 여행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 혹은 그 방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



Oh! No!

-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두고 가이드북 대신으로 쓸 요량인 사람.(본문 중간중간 바르셀로나에서 가볼만한 카페, 술집, 광장 등이 소개되고 책의 맨 마지막 챕터를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친구들에게' 할애하고 있지만, 가이드북 대신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
- 다른 사람의 사는 모습에에 별 관심 없는 사람(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이다보니, 저자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해 앞뒤가 연결되지 않거나 동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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