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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들녘||2004.02.09||10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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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들녘||2004.02.09||10000||

정미자씨 2004. 3. 31. 12:35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미사일, 살사, 영화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정작 영화를 본 적은 없다-_-)....쿠바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우연히 인터넷서점에서 이 책의 서평을 접하고는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틴아메리카 1위,세계 11위(89년 유엔개발계획의 생활수준 지표)의 부국' 이었던 쿠바는 1980년대 후반 원조국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봉쇄 정책 등으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대외의존도가 높았던 식량과 석유의 공급중단은 쿠바의 경제를 송두리채 무너뜨리고 수많은 아사자가 속출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도시농업은 배고픈 상태의 쿠바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었다. 쓰레기로 뒤덮인 자투리 땅에 오이와 강낭콩,당근,가지,피망의 씨를 뿌렸다. 흙이 없으면 흙을 퍼날랐다. 벽돌과 베니어 합판으로 둘레를 친 뒤 퇴비를 섞은 흙을 넣고 채소를 재배하는 쿠바의 '오가노포니코'는 그렇게 탄생했다.

도시농업의 효과는 놀라웠다. 배곯는 이들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농약 수입이 끊기면서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유기농은 대규모 단작(單作)으로 피폐화된 땅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석유가 모자라 중국에서 한꺼번에 들여온 100여만대의 자전거는 헝가리제 버스가 쏟아내는 매연을 청정한 공기로 바꿔놓았고, 지역별 보급원·농업연구소·'컨설팅 숍' 등에서 제공하는 바이오 기술의 도움으로 가정의 쓰레기와 오수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59년 카스트로 혁명 이후 빈곤 퇴치의 깃발 아래 육식과 수입밀 위주로 재편됐던 식단이 채식으로 바뀌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이곳저곳에 무농약 농장이 들어선데다 '한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통해 도시 경관은 푸르러졌다. 세계인들은 앞다퉈 아름다운 도시 아바나를 보러 '녹색 관광'을 떠났다. 감기약과 마취제마저 구하기 어려운 의약품 부족 사태는 대체의약의 발전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아바나의 텃밭 한구석에는 예외없이 오레가노와 차일로,마조람,알로에 같은 약초가 자라났다. 이는 정부와 비영리기구(NPO),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로 인구 220만인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일약 유기농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혹자는 막다른 길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 우연이 얻게 된 허울만 좋은 '생태 도시'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정부와 민간기구, 그리고 국민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노력과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푸른 혁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그네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제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현실일까 하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우리네 농업현실, 인구 천만이 기생하는 수도 서울, 환경보존보다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더 앞전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와 시도가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쿠바의 푸른 혁명은 여전히 먼 남의 나라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ㅠ.ㅠ....

어쨌든 이 책을 보고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쿠바의 혁명, 카스트로에 관한 책들도 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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