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 No. 3||가네시로 가즈키||북폴리오||2002.08.16||8500||

국내에 나와 있는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을 한꺼번에 모두 구입했다. 그래봤자 5권이지만...

가즈키에게 '나오키 문학상'을 안겨준 첫 장편소설 'GO'를 비롯하여
더 좀비스의 유쾌한 활약상을 그린 3부작 'Revolution No. 3', 'Fly, Daddy, Fly', 'Speed'
그리고 단편소설 3편을 모은 단편집 '연애소설'

이 중 '레벌루션 NO. 3'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를 하루 만에 모두 읽었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재미있고 유쾌하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는 삼류 깡통학교. 인근한 유명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들을 '좀비'라고 부른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학교의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형편없는 수준이라서이고, 다른 하나는 '죽어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이다. 이들의 또 다른 별명은 아메바, 즉 단세포다. 그러나 '아메바'는 그리스어로 '변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학력사회에서 패배자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무한히 높은 소위 문제아들, 걸어더니는 시체에 지나지 않은 사회적 위상을 가진 이들에게 어느 날 생물선생님은 복음같은 말씀을 전한다. 혁명을 일으켜보지 않겠느냐고, 이 세상의 유전자를 좀 바꿔보지 않겠느냐고....

그 복음에 자극받은 단세포 시체들 47명이 모여 '더 좀비스'라는 그룹을 만든다. 그들의 목표는 인근 유명 여고인 성화여고의 축제에 잠입해 일류 여고생들과 짝짓기를 하여 '세상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 황당무계한 발상이지만, 이들은 매우 진지하다.

'레벌루션 NO. 3'는 '더 좀비스'의 3년간의 성화여고 축제 난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치밀하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여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난입에 성공, 36명이 짝을 짓는 성과를 올린다. 그러나 그 와중에 '더 좀비스'의 리더 격이었던 히로시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죽은 친구를 기리기 위해 친구가 묻힌 오키나와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멤버 36명의 그녀들과 그 친구 11명, 해서 총 47명을 데리고 말이다.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이 귀엽고 당돌하며 용감무쌍한 '더 좀비스'의 활약은 이후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에서도 계속된다. 딸에게 폭행을 가한 유명 고교 권투선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더 좀비스'의 도움을 받아 무술을 익히고, 마침내 복수에 성공하는 중년의 샐러리맨의 이야기인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최근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작가와 같은 재일교포로 무술의 달인이자 과묵한 철학가 박순신
메이지 시대의 석학이며 그 시대의 한계를 초월하여 살았던 미나가타 구마구스와 같은 성을 가진 냉철,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 미나가타
세상에서 가장 재수가 없는 사내인 야마시타.
훗카이도의 아이누족인 가야노.
오키나와 태생으로 흑인미군과 일본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다라시키,
일본과 필리핀의 튀기(게다가 필리핀 태생 어머니가 스페인과 중국의 피를 이어받았으므로 4개국의 DNA를 보유한) 초핸섬가이 사토 겐.

주류사회에서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는 범상치 않은 면면을 가진 '더 좀비스'의 핵심멤버들. 이들을 포함한 47명의 '더 좀비스'들이 벌이는 세상 뒤집기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되길 바란다. 솔직함과 용기를 미덕이 아니라 어릴 때의 치기로 치부해버리는 세상에서, 이들이 가진 용기야말로 '일상에 숨어있는 기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