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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전2권)||발터 뫼르스||들녘||2005.06.27||110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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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전2권)||발터 뫼르스||들녘||2005.06.27||11000||

정미자씨 2005. 9. 6. 14:00


이것은 병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독서 행위를 광기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어느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책들이 상처를 주고, 중독시키고,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을 수도 있는 곳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내 이야기에 동참하겠다는 각오가 진정 되어 있는 사람만이 나를 따라 이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겁쟁이는 가고, 모험을 즐길 대담무쌍한 소수의 독자들만 남으라는, 일견 오만해 보이는 경고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럼 부흐하임은 어떤 도시인가? 고서적에서 뿜어나오는 지독한 곰팡내로 가득찬 부흐하임에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의 수만 해도 무려 오천 개이다.  또한 육백 개가 넘는 출발사들과 쉰다섯 개나 되는 인쇄소, 십여 개의 종이공장이 있다. 또 거리 모퉁이 마다 있는 찻집에서는 하루 이십사 시간 벽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시인들의 작품 낭독회가 열린다. 생활의 모든 것이 '책'과 연관되어 있는 도시, 진정 책들을 위한 도시가 바로 부흐하임이다.

소설은 차모니아 왕국의 린트부름 요새의 젊은 공룡 미텐메츠가 대부시인의 유언에 따라 천재작가의 자취를 찾아 부흐하임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미텐메츠는 천재작가를 찾기도 전에 도시정복의 야욕을 가진 스마이크의 음모에 휘말려, 무시무시한 그림자 제왕이 살고 있다는 지하무덤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거대한 혼돈의 도시 부흐하임 아래 자리한 지하 미로에서 환상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실제로 기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살아있는 책', 책장을 넘기는 손으로 독이 침투해 읽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위험한 책', 진귀한 고서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사양하지 않는 무모하고 무자비한 책사냥꾼들, 그 중에서도 전설적인  책사냥꾼 레겐샤인, 책을 먹고 사는 부흐링족, 누구도 그 정체를 모르는 그림자의 제왕 등등...책은 온통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기묘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또한 이야기와 딱 들어맞는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는 이 소설의 또다른 매력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2005년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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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사실상 과거에 존재했다가 이제는 소멸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흐하임의 모든 책 서가들과 상자들, 지하실들, 지하무덤들 속에는 그렇게 졸고 있는 책들이 백만 권, 아니 수백만권에 달했다. 오직 무언가를 찾는 수집가의 손에 의해 어떤 책이 발견되어 그 책장이 넘겨질 때만, 그것을 구입해서 거기에서 들고 나갈때에만 그 책은 새로이 잠에서 깨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책들이 꿈꾸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 방 책꽂이에 있는 책들은 언제나 꿈에서 깨어나 생명을 얻을 수 있을지...사다 놓기만 하고 안 읽은 책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지나 않을까? ㅋㅋㅋ

주인공 힐덴군스트 폰 미텐메츠. 그는 소설속에서는 아직까지 책 한 권 출판하지 못한 작가 지망생이지만, 부흐하임에서의 모험을 그린 소설로 나중에 크게 유명해진단다.



귀여운 책의 요정같은 이미지의 부흐링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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