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도서출판 은행나무||2005.01.15||9800||

근래에는 일본 소설을 자주 본다.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가볍게 읽기에는 일본 소설만한 것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보기 쉬운 책만 찾아 버릇해서 큰일이다. 가끔은 골치아프게 하는 책들도 봐줘야 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역시 매우 유쾌한 소설이다.

하마같은 덩치의 소유자  이라부는 엽기 정신과 의사이다. 환자를 결박하고 다짜고짜 비타민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희한한 치료법에 누가 환자인지 의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사고방식을 지녔지만, 희한하게도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100%치료된다.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펴는 야쿠자 중간 보스.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공을 제대로 송구하지 못하는 프로입단 10년째 베테랑 3루수.
소설을 쓸 때마다, 예전에 써먹은 소재같은 느낌에 괴로워하는 인기 소설가.

원인과 증상은 다르지만,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자화상같은 환자들에게 내리는 이라부식 특급처방은 엉뚱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라부와 함께 하다보면 결국 환자 스스로가 돌파구를 찾아내는 걸 보니, 뭔가 특별함이 있긴 한가보다. 내가 보기에 그 특별함은, 어딘지 많이 부족해보이는 이라부 본인에게 있다고 여겨진다. 의사치고는 많이 부족한 그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100% 무장해제 시킨다. 체면을 차릴 필요도,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남들이, 직장이, 사회가 강요한 딱딱한 껍질들을 하나 둘 벗고, 본래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자기보다 못나보이고 멍청해보이는 의사앞에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뭘 해도 '자신'이 이라부보다는 낫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조금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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