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12권 完)||김혜린||대원씨아이||1999.11.17||3500원||

드디어 완결이다! 1992년 시작한 이래 연재잡지들의 폐간 등으로 수시로 중단의 고초를 겪었던 '불의 검'이 드디어 완결되었다. 아.....ㅠ.ㅠ...내 살아 생전에 완결을 보게 되다니. 그동안의 애닳았던 심정이 기대도 하지 않았던 해피엔딩으로 보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쁘다.



감히 함부로 리뷰 달기 조차 어려운 작품 불의 검. 아래의 리뷰로 나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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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의 대서사시 『불의 검』의 내용은 바야흐로 청동기 문명에서 철기 문명으로 나아가는 시기의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아무르 부족의 전사 대수장 가라한과 갖은 고생 끝에 아무르에 철검을 전해주는 여주인공 아라의 사랑 그리고 철기를 쥐게 된 아무르 부족이 카르마키 부족으로부터의 해방전쟁에 나서는 과정을 그 축으로 하고 있다.

『불의 검』은 한국 만화사에서 옹골차게 역사만화를 고집해온 작가 김혜린의 위상을 각인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수많은 찬사를 받아온 작품이지만, 연재되던 잡지가 두 번이나 폐간되는 시련도 많았던 작품이다.

삶과 사랑의 대서사시 『불의 검』의 내용은 바야흐로 청동기 문명에서 철기 문명으로 나아가는 시기의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아무르 부족의 전사 대수장 가라한과 갖은 고생 끝에 아무르에 철검을 전해주는 여주인공 아라의 사랑 그리고 철기를 쥐게 된 아무르 부족이 카르마키 부족으로부터의 해방전쟁에 나서는 과정을 그 축으로 하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세세한 복선을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의 치밀한 전개 그리고 저마다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모습을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던져주는 인물의 군상은 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혀왔다. 거기에 대사가 지니는 은유적 상상력은 인물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해내지 않으며 마치 시를 읽는 듯한 깊이를 느끼게 한다. 김혜린의 작품이 가지는 지적인 이미지는 상당부분 그 작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멋스러운 언어사용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 김혜린과 『불의 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이나 생장과 사멸에 대한 서사의 완결구조의 폭이 한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민족이나 국가의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순정만화의 디테일을 살리면서 장편 대역사서사물을 엮어나갈 수 있는 작가적 역량의 깊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바로 이 역사와 사회 속에 그의 작품 세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여성의 존재와 그 힘을 무대 한 가운데로 가져왔다”는 점은 이 작품에 유독 수많은 찬사가 쏟아진 또 하나의 이유이다. 순정만화의 경우, 여성 작가가 생산하고 여성 독자들이 소비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그 중심에 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순정만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언제나 남성중심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있는 여성이다. 이에 반해 『불의 검』의 여주인공인 아라를 비롯하여 소서노, 우이 등은 자신과 세계를 당당한 주체로서 바라보는 독립적인 여성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특히 아라의 경우, 남성 중심적인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부당한 폭력의 희생자임에도 결연한 의지로 이를 헤쳐나간다. 여주인공이 적대적인 남성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처음 발행되었던 1990년대 순정만화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사례였다. 순정만화의 주 독자층인 소녀들의 환타지를 깨뜨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증오하는 상대의 아이까지 낳게 된 아라의 인생역정은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결국 기억을 되찾은 가라한의 아내가 되어 한 부의 안주인이 되지만, 여타의 허무맹랑한 신데렐라 이야기와 결별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즉 어머니로서, 노동자로서 또 한 남자를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여자로서 그녀의 인생 여정을 쭉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리브로 제공)

<작가 김혜린 소개>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물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온 작가. 특히 그녀는 권력을 소유한 자들에 의해 짓밟히는 서민들, 강자에 의해 억눌려온 약한 자들의 한 맺힌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왔다. 83년부터 무려 5년에 걸쳐 16권으로 완간된 데뷔작품인 <북해의 별>은 가상왕국의 권력투쟁과 민중혁명을 소재로 삼았다. 88년에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장편 <비천무>는 무협만화적인 스타일과 파격적인 배경설정으로 80년대 후반 순정만화의 변화를 주도했다.
남녀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형적인 멜로 관계를 전개해온 일반적인 순정만화의 유형에 비해 장대한 스케일과 새로운 여성 캐릭터 창조, 격변의 시기 고통받는 민중 등 다양한 주제로 만화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 속에서 개인들의 가치가 철저히 무너지는 상황, 그리고 그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역사를 탁월한 작가적 역량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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