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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신문사 ||2003.08.12||850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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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신문사 ||2003.08.12||8500||

정미자씨 2003. 11. 27. 02:05


1할2푼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보고 처음 알았다.
82년 성적 전기 10승 30패, 후기 5승 35패, 팀 최다 연패 기록 보유(18연패, 85년 3월 31일~4월 29일), 시즌 최소 득점(302점, 82년), 2사 후 최다 실점(7점, 82년 5월 16일 대 OB)...
프로야구 원년부터 85년 해체되기까지 그야말로 '슈퍼'한 기록들만을 세운이 야구팀의 마스코트는 배트를 쥔 '슈퍼맨'이다.-_-;;;
소설은 '삼미 슈퍼스타즈'에 열광하던 주인공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결혼하고, 그러나 실패하고, 그리고 마침내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재결성하기까지의과정을 아주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는 유머러스하고 재치발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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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신문서평 일부 발췌

...작가는 시종 개그처럼 능수능란하고 경쾌한 입심으로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만이 프로로 인정받는 경쟁사회의 서늘한 진실을 매섭게 꼬집는다. 그리고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슈퍼'하지 않은 야구처럼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 그리하여 경쟁선에서 뒤처진 '하잘 것 없는 인생'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경쟁에서 밀려난 후 나는 성훈과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오합지졸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구단을 조직해 '공포의 외인구단'과 정반대의 -매우 게으른- 방식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24시간 운영, 연중 무휴, 연장 근무, 불철주야 따위의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작은 도시 삼천포(현 사천시)에서 이들이 삼미의 야구를 재현하기 위해 훈련하는 풍경은 우습고 눈물난다.

대기업 야구동호회와의 친선경기에서 유유히 20점을 실점하면서 상대편이 쉬지 않고 치고 달리느라 지쳐 경기 포기를 선언하게 만드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압권. 여기에 이르면 이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야말로 넓은 집과, 근사한 자동차 같은 경쟁사회의 훈장을 얻지는 못하지만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작가의 말)라는 걸,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관건"이라는 걸 알아버린 현대사회의 현자(賢者)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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